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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끝 가는 길 땅 끝 가는 길 김태일 황톳길 따라 땅 끝 가는 길 논둑 위 날갯짓하는 왜가리떼 한 무리 두륜산 어깨춤 서편제 가락 탐진강 너머 너울너울 뒷 좌석에 편승한 해남 아낙네들 사투리 추임새도 덩기덩기 덩덩 땅 끝까지 덩기덩 2008. 5. 8 2009. 9. 2.
오동도의 봄 오동도의 봄 김태일 동백꽃 진 연못 음악분수 홀로 춤을 추는데 금물결 어디 개구리 울음소리 등댓불은 밤새 오동 무덤 찾아 온 바다 뒤척이고 신우대에 깃든 정절 오솔길마다 사스락사르락 거북바위 내닫다 창파에 몸 던진 어느 여인의 한일까 용굴 기슭 님 그린 어부의 목 메임인가 오동도 연못 솟구치는 음악분수 리듬 따라 동백의 넋 개구리 울음소리 2008. 4. 26 2009. 9. 2.
외솔의 기도 외솔의 기도 김태일 나는 한 톨의 씨앗이었네 꿈이었네 어쩌다 여기 뿌리내려 한 백 년 살던 구름처럼 한라산 오르내리던 나 이제 가네 덥석 잡은 그라목손* 가슴에 품고 8톤 트럭에 업혀 일본도가 아니라네 4.3 봉홧불도 최루탄도 5.16도로 3차선도 나 여기 하늘을 나네 올봄 깃든 제주휘파람새 소리를 따라 바람이 되어 다시 한 톨의 씨앗이 되어 * 2007. 8. 9. 제주대 입구, 수령 130여년 된 외솔이 누군가 투입한 제초제에 고사하여 결국 잘라냄 2007. 5. 27 2009. 9. 2.
언제나 그랬다 - 제주문학 제49집 언제나 그랬다 김태일 오늘도 그랬다 이메일을 보내려고 자판 앞에 앉자마자 머리 속에서 널뛰기하는 너의 상념들 그건 마치 시위였다 밤새 한바다 건넌 바람 바닷가에 핀 유채꽃에 취하여 허위허위 섬에 오르듯 모니터 속으로 흘러넘치는 문자들의 행렬 넌 항상 그랬다 언제나 나를 넘쳐흐른다 2007. 5. 27 2009. 9. 2.
오월은 바람둥이 오월은 바람둥이 김태일 오월은 사랑의 샘 바람둥이다 산엔 산, 들엔 들, 생명이 샘솟는다 바위산에도 암벽 위 햇빛에 반짝이는 생명의 물결 어쩌다 한줄기 바람 일어도 넌 온 세상 곳곳 솟아오른다 온 가슴 파고든다 오월은 하늘이 비로소 나래 접은 곳 이 세상 끝인가 피안의 세계 해마다 넌 나를 빚어낸다 나를 뒤흔든다 2007. 5. 27 2009. 9. 2.
어부 시인이 낚아 올린 은하수 어부 시인이 낚아 올린 은하수 - 이성윤 시인의 처녀시집을 읽고 - 김태일 여보게, 지금 어딘가? 자네 처녀시집이 나왔다네 읽다 보니 밤이 새는군 아마 자넨 지금도 바다 깊이 단잠에 빠진 은하수에서 채낚시에 걸려든 은갈치를 낚아 올리고 있겠지? 어느 한바다 공동어로수역 두려움과 공포 위 흔들리면서 물론 그렇겠지 이 세상에 떠다니는 별과 꽃과 사랑과 우리 가슴을 할퀴는 온갖 탐욕과 증오와 욕설과 그 강하다는 죽음까지도 편히 잠재우는 곳 그곳은 바다겠지 그러나, 여보게 고대 로마제국 원형 경기장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싸우는 검투사와 같이 온몸을 던져 싸우게 그리고 이기게나 저 멀리 이어도가 보이지 않는가 하늘에만 은하수가 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라산에도 바다에도 우리 가슴에도 늘 들꽃이 피어나지 .. 2009. 9. 2.
꿈속 옛집엔 지금도 - 다층 2008 가을호 꿈속 옛집엔 지금도 김태일 꿈속에 자꾸 어릴 적 살던 옛집이 아른아른 아른거린다. 아니, 무심코 길을 걸을 때나 어쩌다 잠시 깜박 졸고 있을 때도 그 옛집이 아릿아릿 떠오르곤 한다. 세월이 할퀴고 간 흔적처럼 무너져 내린 툇마루에 파도가 철썩이기도 하고 유랑하는 섬과 같이 아득히 멀어져 가기도 하는 쓰러져가는 허름한 초가삼간 모진 바람에 추녀 한 귀퉁이가 헤어진 어머니가 살던 지금도 누군가 살고 있는지 섬돌 위에 고무신 한 켤레가 덩그러니 놓여 있기도 하고 아무도 살지 않은 폐가 같기도 한 그런데도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그렇다고 선뜻 가까이 다가설 수도 없는 어쩐지 가슴 무너져 내리는 지금은 헐어버린 꿈을 꾸고 나면 가슴 속엔 잿빛 바람이 불거나 강물이 휩쓸고 지나간 강변 멀구슬나무 가지처.. 2009. 9. 2.
동박새의 사랑 동박새의 사랑 김태일 꽃 진 동백나무 가지 동박새 한 마리 연못 속으로 몸을 던진다 연못 속 제 모습을 동백꽃으로 아는지 자꾸만 자맥질이다 제 짝을 찾듯 그녀가 첫사랑이었니? 전생 어느 깊은 산골 시냇가에서 너에게 쫓겨 이승으로 몸 숨긴 수줍은 사랑 화들짝 놀란 고 녀석 젖은 깃털 고르려 날개 추스를 때마다 동백꽃 한 송이 피어난다 나의 첫사랑 2007. 5. 3 2009. 9. 2.
봄 때문이겠지요 봄 때문이겠지요 김태일 여기가 어디냐구요? 이곳은 모든 것이 출렁이는 곳 봄의 한복판이군요 온 섬이 울렁울렁 바다도 출렁이고 하늘도 출렁이는군요 그런데 봄 때문만이 아니군요 구름만이 아니라 들판만이 아니라 갈매기떼만이 아니라 새소리도 라일락꽃 향기도 3차선 아스팔트 길도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살아있는 듯 모두 파도처럼 울렁이는군요 그런데 거긴 어때요? 아니, 가슴이 온통 터진다구요? 저 때문이라구요? 2007. 3. 30 2009. 9. 1.
솔개의 꿈 솔개의 꿈 김태일 나는 먹이 찾아 헤매는 구름 거울 속 활활 타오르는 한 점 불꽃 태양을 쫓는 한 마리 솔개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무심코 하늘 올려다보다 또 꿈을 꾼다 한 하늘 둘로 가르는 헛된 꿈 꽉 다문 부리엔 핏빛 평화 이글거리는 눈동자 가득 천년 우상 양 날개엔 휘몰이 태풍 숨긴 발톱마다 전리품 전설 단숨에 내리꽂힌다 금물결 파닥이는 제주바다 깊이깊이 또 하나의 하늘을 향하여 2007. 3. 27 2009. 9. 1.
앵두꽃 지는 이유 앵두꽃 지는 이유 김태일 봄이다 부활이다 돌 틈에도 복사꽃 동토 뚫고 개나리꽃 모두 되살아나 삐꼼 빼꼼 창문 열어 이 세상을 내다본다 한라산 잔설 위엔 자청비*의 환영인 듯 목련꽃 흐드러지고 담장 너머엔 새색시처럼 부끄러이 달아올라 한낮 햇살 살 비비는 살가운 앵두꽃 밤새 함박눈 되었나 뜰 앞이 하얗다 바람 골 내달려온 그 별빛에 놀랐을까 몰래 엿본 내 눈빛에 흠칫했나 흩날리는 꽃잎마다 앵돌아져서 앵도르르 * 자청비 : 제주 신화 '자청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주인공 자청비가 환생꽃을 얻어다 죽은 문도령을 환생시킴 2007. 3. 26 2009. 9. 1.
나를 흔든 그대, 아린 나를 흔든 그대, 아린 김태일 그래, 아린 마른 가지에 꽃을 피운 건 햇살이었지 하늘이 이 땅을 낳듯 바다를 낳듯 그렇게 세상이 우리를 낳았지 마치 바람이었지 숙명처럼 아무렴, 아린 꽃잎에 이슬 내리듯 잠자는 저 바다를 깨운 건 달빛이었지 물론 나를 흔든 건 바로 이 가슴 아린 그대, 아린 2007. 2. 24 2009. 9. 1.
선녀와 나무꾼 선녀와 나무꾼 김태일 한라산은 선녀다 한라산은 알타이 산 나무꾼이 그리워 360여 시냇물이 흘러드는 바이칼 호 그리워 360여 오름 거느리고 솟대처럼 한 마리 백학처럼 오늘도 저 멀리 북녘 하늘 바라본다 저 바다를 건너 뛸까 은하수 타고 갈까 날개옷 퍼덕이며 훨훨 날아오르려 몸 솟구칠 때마다 옷소매에 매달리는 오름들의 애끓는 눈길 비바람이 몰아쳤다 노을이 탔다 화산이 터져 올랐다 까맣게 가슴 타 그리움의 신전이 된 한라산 오늘도 날갯짓하며 솟아오른다 알타이 산 나무꾼이 그리워 바이칼 호 그리워 2006. 11. 8 2009. 9. 1.
다시 바람이 - 다층 창간 10주년 특집 다시 바람이 김태일 다시 가을이다. 바람이 분다. 나는 문득 오래 전 일기장을 발견하여 읽어 내리다 흠칫 놀란 듯 슬며시 가을 오름에 올라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하늘 끝에서 밀려와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던 말 한꺼번에 쏟아 붓듯 귓전을 훑어 지나가는 바람소리. 그 바람이 그랬다. 멀어져 가는 그의 머리카락에서 지금처럼 바람이 불었다. 가슴 에이며 스며드는, 멀리 바다를 건너왔는지 소금기가 배어 있기도 하고 어느 골목길에서 소용돌이치다 밀려왔는지 종종걸음으로 재재거리기도 하는. 그 가을 그 자리 잊지도 않고 억새 물결 일렁이며 머리카락 흩날리며 시간조차 거슬러 온몸을 파고든다. 바람이 인다. 다시 그가 온다. 2006. 11. 6 2009. 9. 1.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 제주문학 제46집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김태일 새벽 두시 캄캄한 선실 차창 열사흘 달 갸웃거린다 가만가만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니 바다 위에 시간이 샘솟는다 뱃전에 솟구치는 파도 쏟아지는 달빛 서로 살 섞어 달맞이꽃 피어오르듯 하얗게 솟아오르는 시간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내가 피워 올리는 하늘 내 생명의 혼불 순간순간 탄생한다 내가 빚어낸다 2006. 10. 24 2009. 9. 1.
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김태일 그녀를 떠나려 바다로 향했다. 왠지 가슴이 텅 비어 바다로 달렸다. 길이란 길은 모두 옴팡밭 고구마 줄기마냥 섬 안에서만 뱅뱅 맴돌고 흙도 돌도 비바람에 시커멓게 타버린 그녀, 숨이 턱 막혀 도망치듯 그녀를 떠났다. 어느 날 마치 거사 준비라도 하듯 2차선 3차선으로 쏟아져 나온 골목길들이 사라봉 등성이에 모여 저 멀리 수평선의 아린 손짓을 따라 바다로 뛰어들던 바로 그날, 나는 허겁지겁 배에 올랐다. 배는 제주휘파람새소리 집어삼키는 뱃고동 길게 남기며 마파람처럼 서둘러 한바다로 달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보이는 건 바다가 아니었다. 그녀였다. 내가 그토록 떠나려 했던 그녀였다. 그때 비로소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2009. 9. 1.
달빛 높이 들고 달빛 높이 들고 김태일 이어도* 찾아 쪽배 띄웠지 가도 가도 끝없는 한바다 뱃길 님 생각에 무심코 뒤돌아보니 가없이 쫓아오는 하얀 모시치마 오름 오름 달빛 높이 들고 * 이어도 : 제주인들이 그리는 환상의 섬 2006. 10. 1 2009. 9. 1.
백지에 피는 꽃 - 제주문학 제45집 백지에 피는 꽃 김태일 밤새 흔적도 없던 책상 위 메모지 점 하나 찍자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나를 보고 웃네요 빛이 세상을 여는군요 백지에 글자 깃드니 성령의 불길 솟고 누구일까요 이 몸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 어둠 뚫고 수수만년 내달려 온 2006. 10. 1 2009. 9. 1.
천지왕 말발굽 소리 천지왕 말발굽 소리 김태일 멀리 천마(天馬) 말발굽 소리 들려오네요. 오늘따라 한라산 등성이 밤나무 숲 갈바람 소리 더욱 깊어지고요. 아마 그가 오나 봐요. 신화 속 천근 활 가득 은이슬 화살 겨누고. 노크도 없이 콘크리트 벽 뚫고 불쑥 들어오겠지요. 도시란 도시는 모두 꽁꽁 잠겼잖아요. 성불오름 수선화 핀 골짜기로 오세요. 새카만 파도 밀려드는 바닷가 방사탑 따라 삼태성 타고 오세요. 소리 없이 살짝 들어오세요. 이제 때가 됐어요. 이 도시가 쌓아올린 휘황한 반역을 어서 응징해야 해요. 대지의 젖가슴 깊이 파고드는 쇠파이프 철근들, 신(神)의 사랑 모욕하면서 구름 위로 치솟아 오르는 음탕한 빌딩들, 물샐틈없이 밀폐하여 자물쇠로 포박한 성(聖) 에덴 동산. 더 늦기 전에 심판을 해야 해요. 어서 빨리 오.. 2009. 9. 1.
새소리 흉내 내기 새소리 흉내 내기 김태일 어스름 기웃대는 감나무 가지 가을 품어 날아든 새 한 마리 지저귄다 누런 감잎에 감사기도 올리는 듯 감빛 깃털 추스르며 감질나는 몸짓 지난 초여름 어느 오르막길 달리던 차창으로 날아든 그 새끼 새일까 아스팔트 길 나뒹굴다 되똑되똑 길섶으로 숨어들던 그 새 무심코 밟은 가속 페달 날아드는 새들의 생명 앗아가듯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 누군가의 가슴에 박혀 있을지도 몰라 가슴 두근두근 귀를 모은다 저녁노을에 몸 기대어 새들이 속삭인다 내 눈길도 저 새의 날갯짓 같이 감나무 가슴 적시고 있을까 가만히 입 모아 새소리를 흉내 낸다 2006. 9. 2 2009. 9. 1.
성황당 도둑고양이 성황당 도둑고양이 김태일 잠자리 한가로이 맴도는 마당 꼬마는 무서워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집은 항상 도둑고양이 차지였다 앙칼진 울음소리 허연 이빨 활활 타는 눈 병아리 채 가는 독수리처럼 바람 같이 뛰어들기라도 하면 등줄기엔 파도가 집채 같은 파도가 쏴아 밀려왔다 밀려나가곤 했다 돌담길 채송화 자글자글 타던 어느 날 보리죽 훔쳐 먹다 들킨 형이 그랬다 번득이는 눈길 내달리는 발길 초가지붕 위로 하얗게 덮쳐오는 파도 온 하늘과 산과 들 뒤흔들었다 헐레벌떡 숨어든 성황당 보리수나무 먹구름 사이 햇살 한 모금 물고 긴 머리 풀어헤쳐 헤헤벌쭉 반짝였다 한라산 천둥소리 어미 소처럼 울고 2006. 8. 24 2009. 9. 1.
오솔길 숨비소리 오솔길 숨비소리 김태일 바로 그때였지 어스름 내뿜으며 나의 유년 속으로 유영하여 온 뱀 내 발등 물었지 나는 반딧불 반짝이는 호박꽃 손에 꼭 쥐고 엄마 등에 업혀 들길 달렸지 오솔길엔 온통 들국화 그 사향 빛 그 노란 향 노을 진 하늘엔 노란 반딧불이 폭죽처럼 날렸지 별이 된 호박꽃 지천으로 흐드러지고 하지만 어둠은 몰래 숨어드는지 독이 점점 퍼져 온몸은 활활 불덩어리 엄마의 땀과 눈물,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 고동 오솔길 가득 엄마 숨비소리* 그때 비로소 난 알았지 빛이 곧 어둠이요 어둠이 곧 빛이라는 것을 * 숨비소리 : 제주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바다 깊이 잠수 하였다가 바닷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꾹 참았던 숨을 급히 내쉴 때, 자연스럽게 내는 휘파람 소리 비슷한 소리 2006. 8. 16 2009. 9. 1.
돌탑의 꿈 돌탑의 꿈 김태일 누가 쌓아 올렸는가 바닷가에 구멍 숭숭 뚫린 돌탑 하나 실파람 살바람 들며 나며 하루 종일 웅웅거린다 하늘엔 벌써 새털구름 날고 수평선 너머 하늬바람 휘돌아 드는데 무슨 바램 그리 많은지 지나가는 파도 모두 불러 하소연 오늘도 바다 위로 솟아오른다 새끼 태풍이라도 슬쩍 불러 한 무더기 꿈 싣고 날아오르려는지 동네 친구들까지 모아 놓고 누가 쌓아 올린 돌탑일까 바닷가 외딴 널바위에 솟아올라 한밤 파도 소리에도 젖고 지나가는 별똥별에도 웅웅거린다 2006. 8. 5 2009. 9. 1.
우도 바다 강물 소리 ​​ 우도 바다 강물 소리 ​​ 김태일 ​ 성산포 해안도로 지미봉 자락 암대극 꽃피워 바람 타는 날 차마 못 잊어 사뭇 사무쳐 우성강*을 건너요 애증의 강 ​ 우도봉 올라선 눈을 감아요 일출봉 봉우리마다 그리움 나부끼고 한라산 뭉게구름 제주바다 안아 흐느낄 적 너울너울 강물 소리 흘깃할깃 뒤돌아보는 거친 숨소리 ​ 차라리 잊어요 귀도 막아요 저 서러운 금빛 노을 소리 바다도 그리우면 강물 되어 흘러요 이 가슴 속 강물처럼 ​ ​ ​ * 우성강 : 제주특별자치도 우도와 성산읍 사이를 강물처럼 급히 흐르는 바다를 일컬음 ​ ​ 2006. 7. 31 ​ ​ 우도 바다 강물 소리 ​ ​ 김태일 ​ ​ 성산포 해안도로 지미봉 자락 암대극 꽃피워 바람 타는 날 차마 못 잊어 사뭇 사무쳐 우성강*을 건너요 애증의 강.. 2009. 9. 1.
파도만 밀려오는 것이 아니다 - 제주문학 제50집 2009년 파도만 밀려오는 것이 아니다 김태일 꽃만 피는 것이 아니다 시냇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이 마음 외딴 어느 바닷가 온 영혼 뒤흔드는 그대의 물결 바람만 부는 것이 아니다 파도만 밀려오는 것이 아니다 2006. 7. 31 2009. 9. 1.
저승에서 훔쳐 온 누나 숨비소리 - 다층 2008 가을호 저승에서 훔쳐 온 누나 숨비소리 김태일 호오오이~ 제주 바당 열두 길 물 속 솟아오른 누나 용궁 올레에서 부활한 듯 저승에서 훔쳐 온 긴 숨비소리* 호오이~ 저녁 노을 옥색 물치마 바라보며 호오이~ 새끼 잔뜩 품어 안은 한라산 올려다보며 호오오이~ 그래서 섬이 울었다 파도가 또 그렇게 울었다 누나 눈물은 저승 꽃 제주 바당은 누나의 눈물 이승 문턱 수평선 넘어오며 호오이~ 파란 하늘 천국 문 다시 올려다보며 호오오이~ 제주 바당 폭풍우, 집채 같은 파도 속 누나 숨비소리 호오오이~ * 숨비소리 : 제주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바다 깊이 잠수 하였다가 바닷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꾹 참았던 숨을 급히 내쉴 때, 자연스럽게 내는 휘파람 소리 비슷한 소리 2006. 7. 8 2009. 9. 1.
한바다에 꽃피워 놓고 한바다에 꽃피워 놓고 김태일 살바람 언덕 그리워 전생 내리듯 이 한바다 가득 물안개 어느 여름 밤 한라산 존자암 두 손 모은 향불처럼 하소연하듯 속삭이듯 제주바다 소나기 물안개 피워 바다 끝까지 안개꽃 각시탈 실눈 흘기며 웃는 듯 우는 듯 이 가슴 혼불 지펴 놓고 2006. 7. 7 2009.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