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숨비소리
김태일
바로 그때였지
어스름 내뿜으며
나의 유년 속으로 유영하여 온 뱀
내 발등 물었지
나는 반딧불 반짝이는 호박꽃 손에 꼭 쥐고
엄마 등에 업혀 들길 달렸지
오솔길엔 온통 들국화
그 사향 빛
그 노란 향
노을 진 하늘엔
노란 반딧불이 폭죽처럼 날렸지
별이 된 호박꽃 지천으로 흐드러지고
하지만 어둠은 몰래 숨어드는지
독이 점점 퍼져 온몸은 활활 불덩어리
엄마의 땀과 눈물,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 고동
오솔길 가득 엄마 숨비소리*
그때 비로소 난 알았지
빛이 곧 어둠이요
어둠이 곧 빛이라는 것을
* 숨비소리 : 제주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바다 깊이 잠수
하였다가 바닷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꾹 참았던 숨을 급히 내쉴 때,
자연스럽게 내는 휘파람 소리 비슷한 소리
2006.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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