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당 도둑고양이
김태일
잠자리 한가로이 맴도는 마당
꼬마는 무서워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집은 항상 도둑고양이 차지였다
앙칼진 울음소리
허연 이빨
활활 타는 눈
병아리 채 가는 독수리처럼
바람 같이 뛰어들기라도 하면
등줄기엔 파도가
집채 같은 파도가
쏴아 밀려왔다 밀려나가곤 했다
돌담길 채송화 자글자글 타던 어느 날
보리죽 훔쳐 먹다 들킨 형이 그랬다
번득이는 눈길
내달리는 발길
초가지붕 위로 하얗게 덮쳐오는 파도
온 하늘과 산과 들 뒤흔들었다
헐레벌떡 숨어든 성황당 보리수나무
먹구름 사이
햇살 한 모금 물고
긴 머리 풀어헤쳐 헤헤벌쭉 반짝였다
한라산 천둥소리 어미 소처럼 울고
200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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