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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외솔의 기도

by 숨비 소리 2009. 9. 2.



외솔의 기도

김태일


나는 한 톨의 씨앗이었네
꿈이었네
어쩌다 여기 뿌리내려 한 백 년 살던
구름처럼 한라산 오르내리던

나 이제 가네
덥석 잡은 그라목손*
가슴에 품고
8톤 트럭에 업혀

일본도가 아니라네
4.3 봉홧불도
최루탄도
5.16도로 3차선도

나 여기 하늘을 나네
올봄 깃든 제주휘파람새 소리를 따라
바람이 되어
다시 한 톨의 씨앗이 되어


* 2007. 8. 9. 제주대 입구, 수령 130여년 된 외솔이
  누군가 투입한 제초제에 고사하여 결국 잘라냄


2007.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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