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집>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저승에서 훔쳐 온 누나 숨비소리 - 다층 2008 가을호

by 숨비 소리 2009. 9. 1.



저승에서 훔쳐 온 누나 숨비소리

김태일


호오오이~
제주 바당 열두 길 물 속 솟아오른 누나
용궁 올레에서 부활한 듯
저승에서 훔쳐 온 긴 숨비소리*
호오이~

저녁 노을 옥색 물치마 바라보며 호오이~
새끼 잔뜩 품어 안은 한라산 올려다보며 호오오이~

그래서 섬이 울었다
파도가 또 그렇게 울었다
누나 눈물은 저승 꽃
제주 바당은 누나의 눈물

이승 문턱 수평선 넘어오며 호오이~
파란 하늘 천국 문 다시 올려다보며 호오오이~
제주 바당 폭풍우, 집채 같은 파도 속
누나 숨비소리
호오오이~


* 숨비소리 : 제주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바다 깊이 잠수
하였다가 바닷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꾹 참았던 숨을 급히 내쉴 때,
자연스럽게 내는 휘파람 소리 비슷한 소리


2006.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