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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 제주문학 제46집

by 숨비 소리 2009. 9. 1.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김태일


새벽 두시
캄캄한 선실 차창
열사흘 달 갸웃거린다
가만가만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니
바다 위에 시간이 샘솟는다
뱃전에 솟구치는 파도
쏟아지는 달빛
서로 살 섞어
달맞이꽃 피어오르듯
하얗게 솟아오르는 시간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내가 피워 올리는 하늘
내 생명의 혼불
순간순간 탄생한다
내가 빚어낸다


2006.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