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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 김태일 하늘나라 김태일 우리는 꿈을 꿉니다 하늘 끝을 향하여 탑을 쌓아 올립니다 돌탑, 불탑, 십자탑,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치솟는 깃발마다 휘날리는 꿈과 구호와 로켓들 ‘아마 저 하늘 끝에는 하늘나라, 낙원이 있을 게야’ 어릴 때는 아련한 동경의 눈동자를 말똥거리며 나이가 들면 남몰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습관처럼 우리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화답이라도 하듯 하늘에서는 비가 내립니다 햇살이 내립니다 함초롬히 젖은 나뭇잎이 오늘따라 유난히 햇빛에 반짝거려 무심코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하늘에서 날아온 휘파람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속삭입니다 “이곳이 그곳이에요, 이 땅이 바로 이 세상 끝이요, 하늘 끝이요, 하늘나라, 호오 로로로 뤼오” 2016. 12. 24.
사려니 숲으로 오세요 - 김태일 사려니 숲으로 오세요 김태일 그래요 한세상 살려니 힘들겠지요 이제 온갖 사려 켜켜이 사려 쥐고 사려니 숲으로 오세요 이곳에서는 곶자왈에 사려 싹튼 고사리조차도 때죽나무와 개서어나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햇살 한 모금 입에 물고 사려하게 새살거리고요 오솔길에는 오색 무지개 사려 품은 삼나무 향기가 걸음걸음 사려한 팔색조 소리 흩뿌리며 찰랑거려요 무자년 4.3 당시 털보 삼촌도 사냥꾼에 쫓긴 사슴처럼 헐레벌떡 오로지 살려니 목숨 하나 움켜쥐고 이 사려니 숲 속으로 숨어들었지요 그럼요 사려니 숲길에 구불구불 사려 누운 해룡의 신기 서린 혓바닥 불길이 그 거센 눈보라를 시나브로 사려내었지요 알프스 샤모니 마을 설국에도 결국 봄이 오기 마련이잖아요 저기 물찻오름 분화구에 사려 잠든 비바리뱀도 곧 제주바다 솟아.. 2016. 10. 9.
장미 꽃 피다 - 김태일 장미 꽃 피다 김태일 나는 피어난다 그런데 너는 내가 웃는다고 한다 요염하게 유혹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웃은 적이 없다 오히려 흐느껴 운다 얼음판 위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왕이 우아한 자태로 치열하게 자신의 온몸을 연주하듯 나의 모습은 세상을 향한 몸부림이다 나는 피어난다 나의 몸을 스스로 찢고 단 한 방울의 피도 모두 짜내어 나는 핀다 나는 피다 너의 눈앞에 피어날 때마다 이 가슴은 새빨갛게 탄다 너는 나의 첫사랑이다 2016. 10. 9.
곤을동坤乙洞의 봄 - 김태일 곤을동坤乙洞의 봄 김태일 4.3을 맞이하여 올해도 나는 습관처럼 곤을동을 걷고 있었지요 별도봉 능선을 타고내린 봄바람이 크루즈에 오르고 있더군요 유채꽃이 샛노랗게 졸고 있고요 초토화된 마을 돌담길 올레에선 그때 그 외마디 비명처럼 장끼가 울고요 어느 빨래터에서인지 제주휘파람새 한 마리 자지러지고요 그들이었어요 역시 그렇게 살고 있었어요 무지갯빛 망토에 하얀 머플러 두른 떠꺼머리총각 거들먹거리고요 올리브 빛 얼굴에 긴 꼬리 자랑하며 그 비바리 호들갑 떨고요 2016. 7. 23.
올레 읽기 - 김태일 올레 읽기 김태일 올레는 아직도 할아버지가 품었던 천둥이 꿈틀거리는 언젠가 할머니가 심어 놓은 수선화가 꿈꾸고 있는 슬리퍼와 하이힐이 만나고 풀피리와 피아노가 만나고 장미꽃과 함박눈이 만나고 목검과 죽창이 만나고 그대와 내가 만나는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릴 적 몰래 집어삼킨 무지개 하나가 갑자기 피어오르기도 하는 가끔 이층집 창문이 열리며 달이 떠오르기도 하는 항상 물음표가 출렁이는 올레는 2016. 7. 23.
돌하르방 - 김태일 2016. 7. 23.
설문대할망 잠꼬대 - 김태일 2016. 7. 23.
애월涯月 그리기 - 김태일 애월涯月 그리기 김태일 별빛 붐비는 애월 바닷가 해안도로 고갯길을 오르다가 보았습니다 해바라기 그리던 반 고흐가 슬쩍 걸어 놓은 귀일까요 엄쟁이 언덕 구름 위에 괴이하게 턱을 괸 파아란 초승달 하나 그렇게 님 보내고 거기 물가에 기대어 앉아 나는 들었습니다 바흐에서 모차르트까지 함께 밤을 새우던 그 천년 파도 소리 집어등에 젖어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주 한 잔에 목이 메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슴아슴 빠져들었습니다 애월 바다 가득 은물결 소나타 흔들리는 님의 실루엣 2016. 1. 1.
골목 - 김태일 골목 김태일 나는 골목이 좋다 골목에는 장미꽃이 담장을 뛰어넘기도 하고 능소화가 여름 내내 능청을 떨기도 한다 골목은 좁을수록 좋다 갑자기 고양이가 눈을 번득이기라도 하면 폭죽 터지듯 솟아오르는 소름이 순식간에 온갖 잡념을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골목은 휘어질수록 종종걸음 하이힐 소리가 율동적이고 골목은 낮을수록 사슬 풀린 호기심이 툇마루 뛰어넘기 좋다 물론 골목은 길수록 좋다 그 막다른 골목 울타리 너머에는 언제나 단발머리 백합이 하얗게 피어 있기 때문이다 2016. 1. 1.
사랑 엿보기 - 김태일 사랑 엿보기 ​ ​ 김태일 ​ ​ 숲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게 깊은 숲 속에서도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 나는 잠시 고목에 기대어 한숨 돌리며 인터넷 탐색을 하고 있었다 삶에 지쳐 너도나도 모두 아우성인데 삶을 포기한 사람들을 살리는 욕쟁이 할머니의 따스한 공짜 국수 한 그릇이 한반도를 후끈 달구고 있었다 ​ 사랑이었다 어느 은하계에선가 본 듯한 하늘이 열린 이후 줄기차게 달려온 한 줄기 햇살 빌딩 숲에 피어난 한 떨기 꽃이었다 ​ 2016. 1. 1.
벚꽃 이미지 - 김태일 ​ 벚꽃 이미지 ​ ​ 김태일 ​ ​ 시커먼 아스팔트 위 스산한 달빛 속 꽃샘바람 한 줄기에 활짝 핀 벚꽃이 흩날린다 ​ 4. 3이 올 때마다 달그림자에 쫓기던 삼촌은 항상 콘센트에 플러그 꽂히듯 중얼거렸다 동네 바닷가 물속에 몸 숨겼을 때 섬광처럼 희번덕이던 파도의 포말이 저랬다는 것이다 ​ 언젠가 뉴스에서 본 아끈다랑쉬오름 동굴 탐사단의 횃불에 반짝이던 이재수 소년의 새하얀 백골도 저랬다 ​ 아마 깊은 바다 속 해녀 누나가 가까스로 벅찬 숨 참아낼 때 보았다는 저승 문턱 또한 저랬을 것이다 ​ 2016. 1. 1.
바람의 탄생 - 김태일 바람의 탄생 김태일 반쯤 열린 창으로 서늘한 바람이 한 모금 훅 가슴을 파고듭니다 저기 대나무 숲 속에 바람의 긴 머리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 바람은 고생대 설산에서 어슬렁대던 백곰의 깃털이었다 - 바람은 황야를 질주하던 유목민들의 말발굽에서 태어났다 - 바람이란 또 한 생을 아슬아슬 건너가는 새의 날개이다 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 아니다, 바람은 당나라로 끌려간 고구려 백성들의 한숨과 몽골로 끌려간 고려 궁녀들의 눈물과 청나라로 끌려간 조선 처녀들의 통한이 모여 바람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바람은 뒤뜰 대나무 숲 속에서 유년의 그대와 내가 마음속에 꼭꼭 숨겨놓은 4.3 싹쓸이의 주술을 누군가 문득 흔들어댈 때 태어납니다 사르륵 대나무 잎새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저기 숲 속에 웬 .. 2016. 1. 1.
광치기 해변 - 김태일 광치기 해변 김태일 눈물이 날 땐 누나야 스쿠터라도 타서 탈탈거리며 광치기 해변으로 오라 일출봉이 치맛자락 펄럭이며 해를 낳는 곳 세상의 모든 바다가 맨발로 모여 은빛 활시위 금빛 채찍으로 실구름조차 후리며 어둠 길들여 빛을 빚어내는 곳 하늘과 땅과 바다 가득 빛을 방목하는 곳 이곳에서는 갈매기 날갯짓에도 빛이 파닥이며 아스팔트 위로 종종걸음 치는 파도의 어깨에도 빛이 넘실댄다 그 옛날 마칼바람의 관치기 아우성도 4.3 광풍도 모두 빛 되어 승천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경적 소리도 빛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눈물이 나면 누나야 가뭇없는 어둠 모두 가슴에 묻고 그냥 훌쩍 광치기 해변으로 오라 그래서 무작정 터덜터덜 걸어라 걷다 보면 가슴 속의 어둠과 눈물 모두 빛이 되어 날아오른다 2016. 1. 1.
나래 접기 - 김태일 나래 접기 김태일 지나가는 새 소리에 잠이 깬 이른 아침 애지중지 키우던 희귀 난이 첫 꽃을 피웠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가서 보았습니다 그러나 곧 실망하였습니다 그 꽃에서는 쪽빛 향기가 피어오르지도 않았고 오색 무지개가 뜨지도 않았습니다 첫 데이트가 이랬습니다 우리의 피안인 천국 또한 이럴 것입니다 이제 나래를 이 땅에 접으렵니다 저 하늘 바람도 구름도 비도 이 땅이 낳았습니다 새들도 결국 이 땅에 나래를 접습니다 2016. 1. 1.
천년 왕국 - 김태일 천년 왕국 김태일 한 무더기 장마가 지나가자오솔길 연못에 망명 정부가 섰습니다바람이 불고 구름이 흐르고 잠자리가 날고 올챙이가 꼬리를 칩니다개구쟁이 아이들은 장난처럼연못 속 파란 하늘에 돌을 던집니다그러나 머지않아 연못이 마르면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하지만 며칠 동안 이 연못에는 천년 왕국의 해와 달이 눈부실 것입니다이 몸 또한 그렇습니다 2015. 11. 27.
시간 - 김태일 시간 김태일 지난밤 가로등 불빛 등에 지고 4차선 아스팔트 길을 무단 횡단하던 누렁이 쫓기듯 내달리다 어처구니없이 숨을 거둔, 그 텅 빈 눈동자 속 마지막 타오르던 생의 불길 들숨 그리고 날숨 2015. 11. 27.
방선문訪仙門에서 만나요 - 김태일 ​ 방선문訪仙門에서 만나요 ​​ 김태일 ​​ 오셨군요, 어서 오세요 천년 전 이 연분홍 입술에 속삭이던 햇살이 어쩌면 이리도 그대로인지요 ​ 어느 선비의 도포 자락에 깃들었던 바람을 따라왔나요 다짜고짜 오라 올레 속으로 뛰어들었다구요 한천 시냇물 소리를 너럭바위들이 기립하여 낭송하던가요 숲속에서는 제주휘파람새 소리가 장단 맞추고요 ​ 아하, 크레타섬에 신화가 피기도 전부터 여기 들렁귀登瀛邱에 선녀들이 찾아와 늘 이렇게 온갖 꽃불을 질러 놓고 있지요 ​ 벌써 돌 무지개 뜬 연못 속에 그녀가 뛰어내려 안기네요 멀리 애랑의 노랫가락이 뜬구름에 살 비비고요 저기 바위틈에는 역시 하얀 그림자 하나 기웃대네요 ​ 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이 참꽃 눈가에 맺힌 이슬이 바로 저예요 어쩜 두근대는 가슴도 그대로인지요 ​ ​ 2015. 6. 20.
오늘 - 김태일 오늘 김태일 오늘, 넌 항상 양날의 칼이지 아무리 깊은 밤에도 늘 휘황한 신전 존자들은 널마지막 숨을 내쉬는 노인과 같이 경건하다지만 넌 늘 첫 고고성을 내지르는 사생아 라일락꽃 뒤에 먹구름 하나 감추어 두고 어제와 내일 꼭 껴안아 막다른 골목 담장 뒤에 숨어 늘 나를 겨누는 하늘이 열린 날부터언제 어디서나 늘 타오르는 신화의 성오, 늘, 2015. 6. 20.
연북정戀北亭 - 김태일 ​ 연북정戀北亭 ​ ​ 김태일 ​ ​ 아침 하늘에 풋 햇살 날리고 창밖 수평선에 눈이 베이는 이 봄 오늘도 그녀는 연북정에 올라 북녘을 바라본다 ​ 할아버지가 탄 돛배가 집채만 한 파도에 휘감길 때나 호각 소리에 쫓긴 아버지가 저 바다를 건널 때나 검둥개에 쫓긴 남편이 쪽배를 띄울 때나 늘 숙명처럼 눈길이 가던 북녘, 이제 그곳엔 마파람 따라가 소식 없는 자식들의 뒷모습이 아릿아릿 수평선을 넘나들고 있다 ​ 누군가 바이칼 호에선가 해란강 가에선가 그 애절한 노래를 들었다는 첫째와 언젠가 모란봉에선가 금강산에선가 옷깃을 스쳤다는 둘째와 마포대교 난간에선가 서울역 무료급식소에선가 눈길이 마주쳤다는 막내와 ​ 유배인의 상투처럼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흩뿌려진 현무암 암초를 힘겹게 휘돌아 나가던 조천포 바다가 슬쩍.. 2015. 5. 12.
하늘 문자 - 김태일 하늘 문자 김태일 아름아, 보고싶구나 잘 있지? 거기 하늘나라도 따뜻하지? 네, 저는 잘 있어요 아무 걱정 마세요 여기도 무척 따뜻해요 …? 아빠는 무척 당황했다 지난봄 카페리가 침몰하여 행방불명된 딸이 그리워 무심코 문자를 보냈더니 회답 문자가 날아든 것이다 다음에 또 따님이 보고 싶을 땐 문자 주세요 언제든지 엊그제 바꿨거든요 어쩐지 이 전화번호에 끌려 2015. 5. 12.
민달팽이 - 김태일 민달팽이 김태일 지난밤 배추 잎에 돛단배가 떴었나 새하얀 파도가 일렁인다 무슨 말 못할 사연 있었을까 잎 가장자리엔 황소가 밭을 갈 듯 가지런히 조심스러운 이빨 자국 그렇구나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것 감나무 날아드는 까막까치에게도 어머님 무덤가 민들레에게도 쪽 마당 화분에 올라선 고 녀석 엉거주춤 멈춰 서서 두 손을 모은다 혹 여린 꽃잎이 다칠세라 단벌 모시옷도 홀랑 벗어 놓고 2015. 1. 28.
몰래물 파도 소리 - 김태일 몰래물 파도 소리 김태일 언제였을까 뒷집 떠꺼머리 총각 앞집 비바리 처녀 몰래 만나 남몰래 눈길 나누던 몰래물 시커먼 너럭바위 샘물가에는 서역 하늘도 제주 바당도 해 하나씩 꿀꺽 삼켜 얼굴 후끈 달아오르고 노을 언덕 카페 연인들 가슴마다엔 몰래 몰래 남몰래 울렁이는 파도 소리 멀리 다홍빛 방사탑 두 귀 쫑긋 기웃거리고 2015. 1. 28.
시냇물은 왜 바다로 - 김태일 시냇물은 왜 바다로 김태일 나는 습관처럼 가끔 산에 오릅니다 정상에 올라 이 세상을 굽어보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얕은 계곡만을 골라 낙엽 몇 잎 싣고 졸졸 흘러내리던 시냇물이 잠시 멈추어 선 못 위에 소금쟁이와 물방개와 개구리들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물가엔 시내가 모여서 피워낸 이름 모를 들꽃들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저는 보았습니다 시냇물이 흘러 바다가 되어 그 넓은 가슴에 저 하늘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그리고 돛단배와 카페리를 품어 안는 모습이었습니다 입가엔 그녀가 피워 올리는 새하얀 꽃이 서로 어깨 걸어 부채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2015. 1. 28.
반가사유(半跏思惟) - 김태일 반가사유(半跏思惟) 김태일 용연 구름다리 위 서투른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 “아재 거시기 용두암이 어디메요 잉” “저 언덕 너머 바닷가에요” “아따 아재 허벌나게 고맙고마 잉” 그 아짐 눈인사가 징하고도 찡하다 만남이란 이렇게 짧고도 짠한 것인가 이별은 또 얼마나 길고 넓고 깊은 것인가 저 말똥가리 소리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몰라 이 돌가시나무 꽃 다시 볼 수 있을까 몰라 2015. 1. 28.
안개 - 김태일 안개 김태일 언제부터일까 안개가 사라졌다 봄이면 몇 미터 앞도 내다볼 수 없던 하지만 그 옷자락에 안기면 얼굴 가득 오종종 별들이 내려앉아 반짝이던 지난밤 상현달이 벗어 놓은 달무리 너울거리던 안개가 사라졌다 파랑새가 날던 그 막다른 골목엔 그녀가 살던 2015. 1. 28.
고향 단상 - 김태일 고향 단상 김태일 고향 바닷가에 서면 항상 등 뒤에서 비가 내린다 그곳에선 지금도 천둥소리가 허연 거품 물고 칼바위 허리에서 자지러진다 어쩌다 구름 뒤에서 간신히 뛰어내린 햇살이 돌담 틈에서 샛노란 햇병아리처럼 촐랑이기도 하지만 눈앞에는 언제나 연옥에서 쓰다 버린 시커먼 문장만 파닥거린다 아직도 뒤뜰에는 팔다리 흐물거리는 복숭아나무가 날개 꺾인 우산 비껴 쓴 체 도둑고양이 품어 안아 슬피 울고 달이 뜨면 골목마다 헛배로 눙치던 장닭들이 기다리던 아침이 왔다고 홰를 치며 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고향에 가면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나는 종종 나도 모르게 고향으로 차를 몬다 마치 두고 온 전생 기웃거리듯 2015. 1. 28.
나는 - 김태일 ​ 나는 ​ ​ 김태일 ​ ​ 나는 하늘과 땅 사이 어제와 내일 사이 나는 ​ 나는 두 날개 파닥이며 나는 나는 한 마리 새 ​ 나는 이승과 저승 사이 남과 님 사이 나는 ​ 2015.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