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은 왜 바다로
김태일
나는 습관처럼 가끔 산에 오릅니다
정상에 올라 이 세상을 굽어보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얕은 계곡만을 골라
낙엽 몇 잎 싣고 졸졸 흘러내리던 시냇물이
잠시 멈추어 선 못 위에
소금쟁이와 물방개와 개구리들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물가엔 시내가 모여서 피워낸 이름 모를 들꽃들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저는 보았습니다
시냇물이 흘러
바다가 되어
그 넓은 가슴에
저 하늘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그리고
돛단배와 카페리를 품어 안는 모습이었습니다
입가엔 그녀가 피워 올리는 새하얀 꽃이
서로 어깨 걸어 부채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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