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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광치기 해변 - 김태일

by 숨비 소리 2016. 1. 1.

 

 

광치기 해변

 

 

김태일

 

 

눈물이 날 땐 누나야

스쿠터라도 타서 탈탈거리며

광치기 해변으로 오라

 

일출봉이 치맛자락 펄럭이며 해를 낳는 곳

세상의 모든 바다가 맨발로 모여 은빛 활시위 금빛 채찍으로 실구름조차 후리며 어둠 길들여 빛을 빚어내는 곳

하늘과 땅과 바다 가득 빛을 방목하는 곳

 

이곳에서는 갈매기 날갯짓에도 빛이 파닥이며

아스팔트 위로 종종걸음 치는 파도의 어깨에도 빛이 넘실댄다

그 옛날 마칼바람의 관치기 아우성도 4.3 광풍도 모두 빛 되어 승천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경적 소리도 빛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눈물이 나면 누나야

가뭇없는 어둠 모두 가슴에 묻고

그냥 훌쩍

광치기 해변으로 오라

 

그래서 무작정 터덜터덜 걸어라

걷다 보면 가슴 속의 어둠과 눈물 모두

빛이 되어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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