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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방선문訪仙門에서 만나요 - 김태일

by 숨비 소리 2015. 6. 20.

방선문訪仙門에서 만나요

김태일

오셨군요, 어서 오세요

천년 전 이 연분홍 입술에 속삭이던 햇살이

어쩌면 이리도 그대로인지요

어느 선비의 도포 자락에 깃들었던 바람을 따라왔나요

다짜고짜 오라 올레 속으로 뛰어들었다구요

한천 시냇물 소리를 너럭바위들이 기립하여 낭송하던가요

숲속에서는 제주휘파람새 소리가 장단 맞추고요

아하, 크레타섬에 신화가 피기도 전부터

여기 들렁귀登瀛邱에 선녀들이 찾아와

늘 이렇게 온갖 꽃불을 질러 놓고 있지요

벌써 돌 무지개 뜬 연못 속에 그녀가 뛰어내려 안기네요

멀리 애랑의 노랫가락이 뜬구름에 살 비비고요

저기 바위틈에는 역시 하얀 그림자 하나 기웃대네요

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이 참꽃 눈가에 맺힌 이슬이 바로 저예요

어쩜 두근대는 가슴도 그대로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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