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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민달팽이 - 김태일

by 숨비 소리 2015. 1. 28.

 

 

 

민달팽이

 

 

 

김태일

 

 

 

지난밤 배추 잎에 돛단배가 떴었나

새하얀 파도가 일렁인다

 

무슨 말 못할 사연 있었을까

잎 가장자리엔

황소가 밭을 갈 듯 가지런히

조심스러운 이빨 자국

 

그렇구나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것

감나무 날아드는 까막까치에게도

어머님 무덤가 민들레에게도

 

쪽 마당 화분에 올라선 고 녀석

엉거주춤 멈춰 서서 두 손을 모은다

 

혹 여린 꽃잎이 다칠세라

단벌 모시옷도 홀랑 벗어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