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김태일
지난밤 배추 잎에 돛단배가 떴었나
새하얀 파도가 일렁인다
무슨 말 못할 사연 있었을까
잎 가장자리엔
황소가 밭을 갈 듯 가지런히
조심스러운 이빨 자국
그렇구나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것
감나무 날아드는 까막까치에게도
어머님 무덤가 민들레에게도
쪽 마당 화분에 올라선 고 녀석
엉거주춤 멈춰 서서 두 손을 모은다
혹 여린 꽃잎이 다칠세라
단벌 모시옷도 홀랑 벗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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