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 접기
김태일
지나가는 새 소리에 잠이 깬 이른 아침
애지중지 키우던 희귀 난이 첫 꽃을 피웠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가서 보았습니다
그러나 곧 실망하였습니다
그 꽃에서는 쪽빛 향기가 피어오르지도 않았고
오색 무지개가 뜨지도 않았습니다
첫 데이트가 이랬습니다
우리의 피안인 천국 또한 이럴 것입니다
이제 나래를 이 땅에 접으렵니다
저 하늘 바람도 구름도 비도 이 땅이 낳았습니다
새들도 결국 이 땅에 나래를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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