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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올레 읽기 - 김태일

by 숨비 소리 2016. 7. 23.

 

 

 올레 읽기

 

 

  김태일

  

 

  올레는

 

  아직도 할아버지가 품었던 천둥이 꿈틀거리는

  언젠가 할머니가 심어 놓은 수선화가 꿈꾸고 있는

 

  슬리퍼와 하이힐이 만나고 풀피리와 피아노가 만나고 장미꽃과 함박눈이 만나고 목검과 죽창이 만나고 그대와 내가 만나는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릴 적 몰래 집어삼킨 무지개 하나가 갑자기 피어오르기도 하는

 

  가끔 이층집 창문이 열리며 달이 떠오르기도 하는

  항상 물음표가 출렁이는

 

  올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