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왕국
김태일
한 무더기 장마가 지나가자
오솔길 연못에 망명 정부가 섰습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흐르고
잠자리가 날고 올챙이가 꼬리를 칩니다
개구쟁이 아이들은 장난처럼
연못 속 파란 하늘에 돌을 던집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연못이 마르면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이 연못에는
천년 왕국의 해와 달이 눈부실 것입니다
이 몸 또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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