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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구름에 애련 실어 - 제주문학 제50집 2009년

by 숨비 소리 2009. 8. 15.




          구름에 애련 실어

          김태일


          슬픈 사랑은 바람입니다
          이제 한 여름 불타던 사랑의 아픔일랑
          저 뭉게구름에 고이 걸어 두어요
          벌써 텅 빈 가을이잖아요

          삶이란 구름이에요
          얼음 녹은 강가
          휘파람새 소리에 봄바람이 일고
          잠시 들불 같은 사랑이 휩쓸고 지나가면
          타고 남은 강물에
          바람도 없이
          흐느껴 흐르는 구름

          강물이 우리 삶 실어
          낙엽 진 어느 산자락에 바람되어 누우면
          흰 구름 애련 한 조각
          함박눈으로 소복소복 쌓여요


                                  2005.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