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독백 / 김태일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수평선 열어 치솟아 오르는 태양과의 열애, 철따라 바꾸어 입는 구름의 치장만으로도 차라리 나는 숨이 막힙니다.
다만 한 여름 활활 타오르는 우리 사랑을 시기한 강림차사가 새까만 까마귀떼 덮치듯 태풍을 휘몰아 와선, 4만년을 씻고 빨아도 결코 희어지지 않을 제주바다 검은 갯바위를 껴안아 뒹굴기 시작하면 사라봉 등댓불이 아무리 목이 타도록 불을 밝혀도 찾을 길 없는 생명의 불덩어리, 태양이 그리울 뿐입니다.
폭풍우에 울부짖는 백록담은 활활 타오르는 태양과의 입맞춤이 그리워 밤새운 나의 눈물, 그 슬픔의 깊이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태풍의 시기는 순간일 뿐, 또 다시 나의 뜰에 신산만산 별이 내리고 먹구름 사이로 따스한 햇살 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계절 따라 밀려올 구름떼에 심장이 두근대고 날마다 밀려오는 파도의 속삭임에 오늘도 가슴이 터집니다.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 강림차사(降臨差使) :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이승차사로서
4만년을 산 '4만이'를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하여 꾀를 내어,
광청 못가에서 흰 숯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검은 숯을 씻음
200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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