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품에 안겨 우는 제주바다
김태일
제주바다는 하느님의 눈물인가요
함박눈 내리는 한바다에 바람이 불면
열두 길 물속 누나 품에 안기어 울고
고요한 바다에 달빛이 흐드러져 피면
누나 숨비소리* 그리워 울어요
제주바다는 한라산의 눈물인가요
누나 삶을 엮어 빚은 낮달도 기울고
누나 숨비소리* 잦아드는 저녁이 오면
백록담 흘러내린 노을 바다가
누나 어깨 부여안아 눈물 흘려요
제주바다 품에 안겨 우는 누나야
제주바다 품에 안아 우는 누나야
오라비 시에 취해 화답으로
저 세상 숨비소리* 훠어이 훠이 뿌리며
전화통에 눈물 펑펑 쏟는 누나야
제주바다는 누나가 쓴 시인가요
누나를 쓸어안은 제주바다는
높하늬바람 소리에 목이 메이고
학자금 찾아 자맥질하는 누나 눈에는
한라산 낮달이 잘름거려요
제주바다가 눈물 되어 출렁거려요
* 숨비소리 : 제주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바다 깊이 잠수
하였다가 바닷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꾹 참았던 숨을 급히 내쉴 때,
자연스럽게 내는 휘파람 소리 비슷한 소리
* 이 시는 제 누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보려고 하였습니다만,
누나의 등에 짐만 하나 더 지워 드리는 것 같아 발표를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어 이 곳에 싣습니다.
제주에는 아직도 이렇게 매일 저승 같은 바다 속을 열길 스무길
자맥질 하면서 해산물을 채취하여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해녀분들
이 많습니다.
제 누나를 포함하여 모든 제주 해녀분들의 가슴에 쌓인 한을 조금
이라도 풀어드리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2005.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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