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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구월

by 숨비 소리 2013. 8. 12.

 구월


  김태일



  등산하다가 길을 잃었다

  이 능선 저 골짝 헤매어 다니다 찾아든 어느 계곡

  흘러내리는 시내를 따라 가다 조그마한 호숫가에 다다랐다

  거기 파란 하늘이 출렁이고 있었다

  보란 듯이

 

  뒷산 미륵의 현신일까

  거기 송장헤엄치개가 누워서 헤엄을 치는 중이었다

  송이고랭이 여뀌 골풀이 군락을 이루어 주변을 호위하고

  우리가 한여름 꿈꾸다 버린 헝클어진 구름들이 호수 가득

  순례자 대열을 이루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비행운은 에펠탑 거느리고 발아래로 파고들고

 

  여기가 정상인가

  일행 중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호수 속 어디에선가 한 줄기 바람이 솟아올랐다

  비로소 태양이 붉은 혀를 거두어들였다

  그렇게 9월이 재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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