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김태일
그때였다니까
시청 네거리 가로질러 냅다,
진지를 향하여 활강하는 쌕쌕이같이 날아들더군
무단횡단이었어깔딱고개 자동차 물결 앞지르고
빨강 신호등도 무시하고
모르겠어,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마치 해일이었어, 느닷없이
태평양 횡단하는 새파란 돛이 둥실 솟아오르기도 하고
시베리아 기단 잠자던 독수리가 다시 덮쳐 오기도 하고
아무렴, 바람일 리야 있나, 그대라면 또 모를까
라일락 꽃향기 분분한 봄날이었거든
시詩가 흩날릴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