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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뻐꾸기

by 숨비 소리 2013. 6. 23.

 

 

뻐꾸기

 

 

김태

 

 

 

저녁엔 올레길을 걸었다

한천 냇물 따라 굽이쳐 흐르는 뻐꾸기 울음에

나는 가던 길 멈춰 서서 귀 기울였다

울음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방송에서도 한 소녀가 흐느꼈다

유창한 불어 물결이 화면 가득히 넘쳐 흘렀다

꼭꼭 싼 무릎 위 배냇저고리에는

한글 성명과 생년월일이 단잠에 빠져 있고

 

아마 그녀일 게다

도저히 새끼 키울 둥지를 지을 수 없어

깊은 밤 동사무소 앞에 남몰래 탁란한 뻐꾸기

 

뻐꾸기가 운다

팽나무 가지 위에서 어느 옥탑방 처마 밑에서

멀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 바라보며

뻐꾸기가 운다 그녀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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