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김태일
저녁엔 올레길을 걸었다
한천 냇물 따라 굽이쳐 흐르는 뻐꾸기 울음에
나는 가던 길 멈춰 서서 귀 기울였다
울음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방송에서도 한 소녀가 흐느꼈다
유창한 불어 물결이 화면 가득히 넘쳐 흘렀다
꼭꼭 싼 무릎 위 배냇저고리에는
한글 성명과 생년월일이 단잠에 빠져 있고
아마 그녀일 게다
도저히 새끼 키울 둥지를 지을 수 없어
깊은 밤 동사무소 앞에 남몰래 탁란한 뻐꾸기
뻐꾸기가 운다
팽나무 가지 위에서 어느 옥탑방 처마 밑에서
멀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 바라보며
뻐꾸기가 운다 그녀가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