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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나무

by 숨비 소리 2013. 8. 26.

  나무

 

 

  김태일

 

 

 

  가만히 날갯짓하는 모습이 저 하늘을 날아오르려는 것일 게다

  언젠가 돌담 뒤에서 우연히 훔쳐 보았던 굴뚝새 새끼의 여린 날갯죽지가 둥지 위에 어설피 올라앉아 뒤뚱거리며 날갯짓하듯 

  오늘도 나무는 불어오는 미풍에 깃털 하나하나를 추스르며 날개를 파닥인다

  존재한다는 것은 무릇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것 아니던가

  세상을 향하여 입술을 쫑긋거리고 손이라도 뻗어보아야 하는 것이다

  비 바람 구름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지금도 파도는 언덕을 오르고 저기 들판은 바다로 내닫는다

 

  땅을 뚫고 올라온 여린 싹 하나

  언제 비바람 견뎌내며 가지가 되고 줄기가 되어 담장 위에 솟대를 세웠나

  수상한 구름이 주변을 배회하던가 갑자기 폭풍이 덮쳐오기라도 하는 때에는

  수많은 잎새가 하늘을 향하여 주술을 읊는다

  아마 저 하늘 떠가는 상현달이 슬쩍 아파트 난간 위에 턱을 고이기라도 하는 날이면 

  하늘거리는 깃에 몸 실어 훌쩍 그녀에게 날아오르려는 것이다

  은빛 목소리 출렁이는 그녀의 품 안에 슬며시 안기어 이 세상을 향하여 더 깊고 더 푸른 그늘을 기어이 드리우려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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