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방폭포正房瀑布
김태일
주저 없이 결단하기로 한다
흘러간 모든 추억 다 잊기로 한다
물론 뒤돌아 보고 싶기도 하다
지난 밤 차가운 이마 매만져주던 별빛이거나
그 올레 숲속 참꽃 향기이거나
실개천에서 옷깃 스친 바람이거나
하지만 결코 뒤돌아보지 않기로 한다
지난하게 흘러온 삶의 여정
어쩌면 번개처럼 지나가 버린 생이다
불로장생 불로초의 유혹이거나
이 가슴 속 헤아릴 수 없는 미련과 욕망
팥죽처럼 펄펄 들끓고 있지만
그 어떤 사랑도 미움도 뿌리치기로 한다
저기 바다가 있지 않은가
이 모든 아픔 모두 포근히 감싸 안아줄 바다
새로운 하늘이 열리고 있지 않은가
과감하게 결단한다
한라산 동백꽃 지듯 뛰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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