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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단풍 열차​​ - 김태일 / 제주문학 2022 가을호

by 숨비 소리 2022. 10. 24.

단풍 열차 

김태일

우선 카페리를 타겠네

시월 어느 날

시베리아 횡단 철도 종단점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여도 좋네

어쩌다 단풍 든 그대 옷자락이

뱃전에 부딪혀오는 파도와 몸을 섞어 풍악 설악

흩날리기라도 하면 좋겠네

동해 바다 어딘가에는 약속처럼 갈매기 날고

마침내 기차가 와 닿겠네

바람처럼 질주하는 열차를 타겠네

활활 불꽃이 되겠네

낙화 되겠네

그대가 앉을 자리에는

벚꽃 산수유꽃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엽서 한 장 넣어 두겠네

비워 두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