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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벚꽃 엿보기 - 김태일

by 숨비 소리 2017. 6. 12.





벚꽃 엿보기

 

 

  김태일

 

 

올 벚꽃은 좀 늦는다 싶더니

만개 후 십여 일이 지났는데도

그 몸짓 한번 화사하군요

 

그런데요

오늘은 지난밤의 수다를 마저 엿들으려다

그걸 보았다니까요

 

가지를 벗어던진 꽃잎들이

한동안 아스팔트 위를 몰려다니며

까르르 깔깔 호들갑을 떨더니

잔디 위에 모여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지 뭐예요

훨훨 흩날리는 꽃잎들은 바람난 노총각처럼

뭔가를 기웃거리고 있고요

 

호기심에 가만히 다가가 들여다보다가 그만

흠칫 놀랐다니까요

 

, 글쎄

요 앙증맞은 것들이 벌건 대낮에 벌써

집 나온 동백꽃과 살살

살을 섞고 있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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