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바다
김태일
외딴 바닷가에 엉거주춤 멈춰선 낙타
수평선 응시하며 눈을 껌벅인다
웬일일까
언제나 울퉁불퉁 투덜거리기만 하던 사막
오늘따라 몸 뒤척이며 허리를 편다
출렁이는 모래 언덕
넘실거리는 금빛 노을
오아시스일까
신기루일까
지난밤 그 별들이 쏟아져 내렸을까
순간 낙타의 두 눈이 반짝인다
낙타가 바다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파도가 낙타를 향하여 밀려온다
그대 처음 만날 때도 이랬지
모래무지 귓가로 속살거리는 금물결
텅 빈 눈동자엔 하얗게 샘솟는 오아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