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집>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하늘 문, 정동진

by 숨비 소리 2009. 10. 9.

 

    하늘 문, 정동진

    김태일

         

        하늘로 가려고 기차를 탔다
        왠지 하늘 문은 동쪽일 것이라는 생각에
        동쪽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헐레벌떡 달려가던 철로가 풀썩
        바닷가 모래 언덕 위에 주저앉아 넋을 놓는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아름드리 하늘 문, 정동진이란다
        정동진은 하늘 나루 대합실
        누군가의 기도가 빚고 있는 천국 문이다
        바다 끝 바리새인들이 몰고 온 수많은 양떼들
        파닥파닥 하늘로 날아오르려 하늘거리고
        동산에 올라선 초호화 유람선
        초저녁 빌딩 위로 불쑥 고개 쳐든 보름달 같이
        뱃고동 붕붕 치솟아 오른다
        정동진에 가거든 하늘을 보라
        산도 바다도, 기차도 배도 모두 이륙한다
        아이들도 연인들도 하늘하늘 승천한다




        2008. 11. 5





        '<시집>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의 답안 시위  (0) 2009.11.15
        소나기 소나타 - 제주문학 51집 2009  (0) 2009.11.10
          (0) 2009.09.12
        비양도 노을 다리  (0) 2009.09.11
        숨비기꽃  (0) 2009.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