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집>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은행의 답안 시위

by 숨비 소리 2009. 11. 15.

 

은행의 답안 시위

김태일

대학로 은행나무

어깨 걸고 개선 중이다

힘차게 뽑아 올린 외줄기 구호에는

지난봄의 함성

한여름 끓어오르던 열정

자랑처럼 은행들도 가지마다 만선이다

나는 가던 길 멈추어 서서

정답 찾아 헤매던 시위대가 어깨 넘어 심 본 듯

서둘러 텅 빈 답안지를 은행나무에 걸어 놓는다

순간, 지나가는 회오리 돌풍에

활활 타오르던 은행 단풍이 우수수 흩날린다

드디어 은행 최루의 난타 투석전

번득이는 단어의 군무

피날레 답안의 파도

다시 새카만 아스팔트 대학로엔

샛노란 깃발의 행진

밀고 밀리는 시위 물결

2006. 11. 8 ~ 2009. 11. 15

제주문학 51집 2009

'<시집>그녀를 떠나야 그녀를 보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나기 소나타 - 제주문학 51집 2009  (0) 2009.11.10
하늘 문, 정동진  (0) 2009.10.09
  (0) 2009.09.12
비양도 노을 다리  (0) 2009.09.11
숨비기꽃  (0) 2009.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