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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소나기 - 김태일

by 숨비 소리 2021. 6. 20.

 

 

소나기

 

 

김태일

 

 

오랜 가뭄 중

소나기 소리 요란하다

 

그런데 아무리 천둥 번개로 으름장을 놓거나

무지개 꽃단장으로 요란을 떨어도 소나기는 늘

크렘린 행 기차인 양

순식간에 우르르 떠나버리기 마련이다

 

역시 땅을 촉촉이 적시는 비는

온종일 쉬지 않고 내리는 보슬비다

수많은 밀어로 은밀하게 무장하여

이 가슴 담장 너머 나긋나긋 밀려온다

 

꽃잎이 열리듯

씨앗이 땅속에 뿌리를 내리듯

그대는 항상

소리 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언제나 소나기였다

보슬비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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