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김태일
오랜 가뭄 중
소나기 소리 요란하다
그런데 아무리 천둥 번개로 으름장을 놓거나
무지개 꽃단장으로 요란을 떨어도 소나기는 늘
크렘린 행 기차인 양
순식간에 우르르 떠나버리기 마련이다
역시 땅을 촉촉이 적시는 비는
온종일 쉬지 않고 내리는 보슬비다
수많은 밀어로 은밀하게 무장하여
이 가슴 담장 너머 나긋나긋 밀려온다
꽃잎이 열리듯
씨앗이 땅속에 뿌리를 내리듯
그대는 항상
소리 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언제나 소나기였다
보슬비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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