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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구름 우체국 - 김태일

by 숨비 소리 2014. 5. 31.

 



  

 

구름 우체국

 


 

  김태일



 

나는 날마다 구름에게 꿈을 맡긴다

슬픔이나 아픔 따위도 뭉텅 잘라내어 쑤셔 넣는다

 

구름은 우체국이다

구름은 가끔 빗살로 분장된 눈물을 배달하기도 하고

하얀 싸라기로 위장된 한을 배달하기도 하지만

주로 뽀얀 햇살로 포장된 꿈을 배달한다

 

구름은 이 올레 저 올레 소식을 모으고 또 전한다

외로운 섬마을엔 더더욱 자주 들른다

어쩌다 꿈이 지나가는 소나기에 젖기라도 하는 때에는

불꽃놀이 하는 저녁놀에 휘휘 헹궈 낸 후

수평선 오색 리본으로 장식하여 배달하기도 한다

 

나는 오늘도 구름을 품고 꿈을 꾼다

구름은 슬픔이나 아픔을 배달하기도 하지만

늘 꿈틀거리며 꿈 틀처럼 부풀려서 꿈을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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