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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곶자왈

by 숨비 소리 2013. 2. 4.




곶자왈


김태일



무심코 
오일장을 지나가는데
'더덕 상 가, 더덕. 하영 주주, 하영' 
할머니 목소리가 내 눈길을 붙잡는다

할머니 눈 속 바코드가 반짝인다 
곶자왈이다

부엽토 한 줌 찾아 허리 굽힌 다근재기낭
까마귀 걸음으로 할머니 손등에서 종종거리고
햇살 한 입 찾아 엉거주춤 멈춰 선 개뽕낭
까무룩 주름진 할머니 콧등에서 자지러지고

그곳엔 흙도 하늘에서 내리더라
빛도 여우비처럼 감질나더라
발밑 그 어디 생명수 넘쳐흐르고

오일장 네거리
막무가내 둥지 튼 할머니
그 눈길이 촉촉하다
곶자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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