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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제주바다 숨비소리

괜한 걱정

by 숨비 소리 2013. 2. 4.

 



괜한 걱정


김태일


오늘은 며칠 전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가
온종일 왔다 갔다 하는 뜨락을 바라보다가 문득
별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다 해보았던 것이었는데

매일 아침 뻐꾸기 시계 소리 울리듯
창밖 나뭇가지에 날아들어 지저귀던 새들이
요즘은 한 마리도 보이지를 않아
혹 고 녀석들이 배가 고파 굶어 죽지나 않았을까,
다시는 보지 못하는 것이나 아닐까, 하는
씨잘데기 없는 걱정이댔다

고 가냘픈 발바닥으로 가지를 꼭 움켜쥐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눈망울 하며
맛있는 열매가 있다며 가족이며 동료를 부르며
꼬리 쫑긋거리며 날개 퍼덕이며
조잘조잘 잘도 지저귀어대던 녀석들,

박새며 동박새며 참새며 직박구리며 까막까치며
그 외 이름 모를 새들의 수다가 뚝 끊기자
어쩐지 갯가에 버려진 폐선처럼 마음이 적막해져
안절부절 눈길이 자꾸 창밖으로만 건너간다

생각은 날개를 달아, 어쩌면 고 녀석들이 지금
어느 돌담 틈이거나 사시나무 가지 사이에서
비에 쫄딱 젖어 떨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
부리나케 감나무 가지에 새집을 매달아 놓는다

아마 새들이 이 세상에 없었다면 우리는
하늘을 날아오를 생각은 커녕 저 수평선을 건널
꿈조차 꾸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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